- 이태원 참사 유가족 남희님 아들 재원이 친구가 만든 애진이 추모곡입니다.
2024년 11월 28일, 오늘은 이태원 참사 유가족분들과 함께 콩죽을 나누며 뜻깊은 시간을 보낸 날이었습니다. 이 행사가 이루어진 데에는 제로쿡 Bori 선생님의 따뜻한 제안이 있었습니다.
보리샘은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고 난 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과 콩죽을 함께 나누고 싶다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이전에도 세월호 유가족분들을 초대해 따뜻한 한 끼를 나눈 적이 있었지만, 그때는 동천동 주민들까지 초대해 큰 행사로 진행했었습니다. 이번에는 더 소박하고 조용하게, 20명 정도의 작은 모임으로 유가족분들과 함께하자는 생각이었습니다.
그 의도에 공감했지만, 제가 그 뜻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어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바로 그날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소년이 온다를 읽으며 그 고통 때문에 눈물을 흘렸다면, 작별하지 않는다는 책을 덮고 나서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슬픔에 한참을 엉엉 울었습니다.
책 속에서 인선이와 작별하지 못하는 경하의 이야기가 가슴을 울렸습니다. 특히 그들이 나누어 먹던 콩죽이 떠올라 보리샘의 제안에 담긴 진심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다가온 오늘, 드디어 그날이 되었습니다.
행사에는 유가족분들인 애진 부모님 김남희 님과 신정섭 님, 의진 어머니 임현주 님, 그리고 종원 아버지 임익철 님이 참석해주셨습니다. 그런데 전날부터 눈이 펑펑 내리기 시작하더니, 아침엔 용인 지역에 특히 많은 눈이 쌓였습니다. 뉴스를 보니 117년 만의 11월 폭설이라고 했습니다. 태어나서 이렇게 많은 눈이 11월에 내리는 건 처음이라 도로 상황도 걱정이 많았습니다.
유가족분들이 먼 길을 오셔야 하는데 괜찮으실지 고민하던 중, "이 정도 눈은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오고 계시다는 말씀을 듣고 서둘러 도서관으로 향했습니다. 가는 길에 이태원 참사를 추모하는 보라색과 주황색 꽃을 사고, 수북이 쌓인 눈길을 밟으며 걸었습니다. 그 순간 작별하지 않는다 속 경하가 눈길을 걸어가던 장면이 머릿속에 선명히 떠올랐습니다.
도서관에 도착하니 보리샘은 이미 콩죽을 정성껏 끓이고 계셨습니다. 저는 준비해 둔 보라색 리본을 단 밀랍초를 켰고, 책에서 오늘 함께 나누고 싶은 구절들을 정리했습니다. 그렇게 유가족분들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습니다.
행사는 유가족분들과 함께 콩죽을 나누어 먹으며 시작되었습니다. 이어서 작별하지 않는다의 일부를 메이커스 팀과 예비 사서님들이 돌아가며 낭독했습니다. 도서관 사서님께서는 "참사는 골목에 머물지 않는다"는 구절을 읽어 주셨고, 관장님께서는 애진 어머님께서 추천해 주신 “피해자 권리 매뉴얼”을 낭독하셨습니다. 이 매뉴얼은 피해자와 유가족들의 권리를 알리고 지키기 위한 중요한 책이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며 유가족분들의 말씀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경복궁 6번 출구로 옮겨진 ‘별들의 집’을 찾아 함께 기억을 이어가는 일.
둘째, 정치와 우리나라의 제도에 관심을 갖는 일.
셋째, 이미 마련된 좋은 제도들을 제대로 운영하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는 일이었습니다.
이 말씀들은 단순히 과거를 기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앞으로 우리가 어떤 자세로 이 사회를 바라보고 행동해야 하는지를 깊이 고민하게 하는 메시지로 다가왔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별들의 집’을 찾아 유가족들과 함께 기억을 이어가는 일이었습니다. 그곳은 유가족분들에게 깊은 의미가 있는 공간으로, 그곳을 함께 찾아가고 기억을 나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말씀에 마음이 오래 머물렀습니다.
왜 우리 사회는 이런 참사가 반복될까 하는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날 새벽, 응급실에서 근무 중이던 남편이 저를 깨우며 “이태원에서 큰 사고가 났다”고 전했습니다. 저는 "길 한복판에서 그런 일이 가능하냐"며 믿을 수 없어 했던 기억이 선명합니다. 길은 누구나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일상의 공간입니다. 친구를 만나러, 저녁을 먹으러, 또는 집으로 돌아가는 공간 말입니다. 그런데 그 일상의 공간에서 벌어진 참사에 대해 정부는 어떤 책임을 지고 있을까요?
관장님께서 "공공도서관의 반대는 각자도생이다"라고 말씀하셨던 것이 떠오릅니다. 이태원 참사가 우리 사회에 남긴 가장 큰 트라우마는 어쩌면 각자도생의 시대라는 점일지도 모릅니다.
오늘 유가족분들과 나눈 시간은 제게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함께 나눈 콩죽의 따뜻함과, 그 안에 담긴 위로와 공감의 마음을 가슴에 새기며, 이 땅에서 더는 같은 아픔이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